유태인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유태인들에 대해 알게 된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다. 사실 일하는 초반에는 여기가 유태인들을 위한 레스토랑인 줄도 몰랐다. 그냥 주인이 유태인이고 동네에 유태인들이 많아서 유태인 손님들이 많은 거려니..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우리 동네 거리 가게에 보면 가게 이름 아래에 작은 글씨로 'Kosher'라고 써있는 곳이 많은데 그게 바로 '우리는 유태인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팔고 있어.' 혹은 '유태인 전문 가게'와도 같은 뜻이다. 유태인들 - 아마도 모든 유태인은 아니고 종교적인 유태인이겠지만 - 은 음식에 따라 특별한 절차를 거쳐야 하거나 먹을 수 없는 재료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채소 종류를 물에 씻을 때는 반드시 유태인이 씻어야 하고. 돼지고기나 껍질에 쌓인 해산물(새우, 조개, 랍스터 등등)은 먹을 수 없고 고기 종류는 우유와 함께 요리할 수 없고..등등. 내 입장에서 봤을 때 정말 신기한 것들이 많다. 그러니까 Kosher가 써있는 음식점은 위의 절차를 모두 따르고 있고 먹으면 안 되는 재료를 이용한 요리는 팔지 않는 다는 것이 증명된 곳이다.
물론 모든 유태인들이 이걸 엄격하게 따르는 건 아니다. 교회 나가고 교회 캠프 가고 교회에서 집사님 권사님 한다고 다 신실한 종교인 아니듯이. 얘네도 똑같은 것 같다. 같이 일하는 중국 여자애 Sarah라는 애가 있는데 여기서 일한지 4년 가까이 되어가는 애다. 매니저보다도 가게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애인데 예전에 어떤 유태인 손님이 와서
'너네 새우 튀김은 없어?'
'없어'
'왜?'
'너 그거 먹으면 안 되잖아.'
'아..맞다.'
이런 적이 있다고.
뭐 암튼..결국 Kosher는 유태인들이 운영하는 유태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인 것. 특별한 절차와 특정 재료만을 사용하므로 당연히 Kosher는 일반 음식점보다 조금 더 비쌀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일하는 곳은 그냥 영국 아무 중국 레스토랑에 가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파는데 차이나 타운에 비하면 당연히 1.5~2배 정도 비싼 것 같고 그냥 일반 레스토랑이랑 비교해도 비싸다. 참고로 나랑 chan이 '버거 앤 랍스터'라는 꽤나 핫한 레스토랑에서 랍스터 한 마리씩 먹고 약 45파운드가 나왔는데 내가 일하는 가게에서 둘이서 제대로 먹으면 약 65파운드가 나온다. 특별한 음식도 아니고 아무 중국집이나 가서 먹으면 더 맛있고 더 쌀텐데..훨씬 더 많은 돈을 주고 Kosher를 고집할 수 있다는 걸 보면 유태인들이 정말 부자라는 걸 알 수 있다.
또 몇 가지 신기한 것들
금요일 해가 질 때부터 토요일 해가 질 때까지 일을 하면 안 되는 것. 뭔가를 들거나 끌고 가거나 힘을 쓰는 일을 하거나 전자 제품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것. 이게 나한테도 영향을 끼친다. 처음 여기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는 평일엔 항상 5시까지 가서 거기서 주는 저녁을 먹고 일을 하기 시작하는데 토요일은 5시 반까지 가서 밥 안 먹고 그냥 바로 일을 시작했었다. 근데 토요일 출근 시간이 요즘 자꾸 바뀌는 거다. 최근 2~3주간 한 10~15분씩 점점 늦어졌다. 알고보니 해가 지는 시간이 점점 늦어짐에 따라 출근 시간도 늦어지는 것. 그러니까 토요일엔 아직 해가 있을 때 레스토랑 문을 열 수가 없는 거였다. 4~10월에는 토요일에 아예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었는데. 그것도 4~10월에는 해가 지는 시간이 거의 9시 전후라서 문을 여는 의미가 없는 것.
그리고 동네 거리를 걷다가 여자들이 비슷한 머리 스타일이 참 많다고 생각한 적이 꽤 있었는데. 알고보니까 이것도 신기한 유태인들의 문화 때문이었다. 결혼한 여자들이 밖에 외출할 때는 가발을 써야 한다고...살도 보이면 안 된단다. 아마도 손이랑 목 얼굴 정도는 괜찮은 것 같은데 나머지는 다 가려야 하는 듯.
사실 나같은 경우 이런 것들이 다 웃기고 뭐하는 짓인가 싶고 또 어쩐지 지들끼리 끼리끼리 모여서 서로 장사해주고 뭐 그런 걸로 보이기도 하고 특히나 요즘에는 IS 사건이랑 프랑스랑 벨기에 테러 사건으로 전세계가 실끌벅적해서..가끔 동네가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다. 전 세계에서 비율로 보면 나같은 타인종 게다가 동양인은 다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극단주의자가 한 두명이라도 더 많을 확률이 높은 동네가 아닐까 싶어서. 근데 또 생각해보면 내가 그동안 아무리 자유롭고 진보적인 척 했더라도 내가 자란 환경이 다문화와는 정말 거리가 멀었던 곳이라서 한 두 사람의 행동으로 한 두 가지 사건으로 굉장히 편견이 생기기 쉬운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흥미롭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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