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레스토랑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chan과 살짝 다툼이 있었다. 늘 다시 쓰게 되는 것 같은데...말이 다툼이지 사실은 나의 일방적인 신경질이었다고.. 뭐 암튼.
어제 chan은 아침을 먹고 바로 학교에 갔다가 - 아침이라곤 해도 보통 10시 넘어 일어나서 11시쯤 밥먹고 준비하고 하면 12시 내외다 - 10시가 넘어서 집에 왔다. 배도 고프고 많이 피곤하고 두통도 살짝 있는 상태였다. 10시 넘어서 집에 갔으니 나 끝나는 시간에 데릴러 나오려면 아마 옷도 못 벗고 밥도 급하게 먹고 바로 다시 밖으로 나와야할 것이기에 오늘은 그냥 혼자 집에 갈테니 나오지 말라고 했다.
보통은 내가 일하고 돌아오면 chan이 나는 앉아서 쉬게 하고 본인이 해다줄 수 있는 간단한 야식을 해서 가져다 준다. 근데 어제는 많이 피곤하고 두통이 심했는지 소파에 계속 앉아 있기에 내가 직접 낮에 끓여놓은 오뎅국을 뎁혀 먹었다.
사실 알고있다.
chan이 이런 상황에서도 꼼짝 안 하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는 건 정말로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거여서라는 걸. 여기에 의심은 없다.
그런데도 어제 오뎅국을 다 먹고 비로소 소파에 앉아 아픈 다리를 펴고 나니까 어쩐지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6시간동안의 육체노동을 끝낸 나를 데릴러 나오지도 않아놓고 소파에 앉아 꼼짝하지 않은 게 너무 얄미웠다. 평소같으면 chan도 어지간히 힘들구나- 하고 이해하고 넘어갔을 일인데 어제 특히 내가 화가 났던 건.
나도 너무 힘들어서였다.
그게 다다.
지난 주 토요일부터 6일간 연속으로 일했고 이번주는 뭐때문인지 내내 바빴고 어제 일을 마쳤을 때는 팔 다리 어깨 등 어디 안 쑤시고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그러니까 chan을 이해해주기가 힘들었다. '나도 힘들어. 나도 미친듯이 힘들다고.' 그냥 이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지금이야 이렇게 둘 다 넉다운 될 정도로 힘든 날이 많지 않으니까 그냥 하루 투닥거리고 말 작은 다툼이지만 만약 이렇게 둘 다 힘든 날이 대부분이라면. 우리가 지금처럼 재밌게 알콩달콩 지낼 수 있을까? 그 와중에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사실 별로 자신없다. 몸이 너무 고단하고 힘든 일상을 보내야 한다면 아무리 사랑하고 서로 정이 깊어도 그 사이가 갈라지는 건 순식간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특히 나처럼 체력도 약하고 이해나 배려가 부족한 사람에겐.
내가 정말로 순수하게 이 사람을 사랑하고 나의 성숙함으로 이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 같아도..결국은 지극히 환경의 지배를 받는 나약함을 깨닫고 자존심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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