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 가는 시간이 일정하다보니 날마다 해가 길어지고 있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요즘이다.
4시 40~50분 사이에 찍은 동네 사진
12월
1월
2월
발렌타인데이 레스토랑 테이블에 꽃장식한 모습
카운터에서 사람좋게 웃고있는 대머리아저씨는 사실 나보다 1살 많은..부(?)매니저. 루마니아 출신으로 배달도 하고 매니징도 하고 그런다. 착하고 재미있고 좋은 사람이다. 요즘 꽤나 친해져서 만나면 맨날 서로 자기가 농담할라고 안달난 사이-
생일 날-
목요일이었다. 점심에 냉동피자를 뎁혀 먹으면서 와인을 마셨고 오랜만에 윤군과 페이스타임으로 통화를 했다. 지금 터키에 출장와있다는 그녀는 호텔 안에 모든 게 공짜라며 내가 와인 마시는 걸 보자 자기도 마시고 싶어졌다며 커다란 국그릇만한 와인잔에 화이트와인을 반쯤 두둑히 채우고 마시기 시작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해보는 통화였다. 반갑고 좋았다.
전화를 끊고 Grey Anatomy를 보며 소파에 뻗어있었다. 원래는 레스토랑에 일하러 가는 날인데 2시 정도에 매니저한테 오늘 쉬고 싶으면 쉬어도 된다는 전화를 받고 알았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도 술기운인지 그냥 무기력함 때문이었는지 보고있던 Grey Anatomy를 2~3편을 내리 봤다. 근데 한 3시 반쯤부터 이렇게 있다간 날이 어두워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느꼈다. 오늘따라 그냥 집에서 드라마 폐인으로 보내기엔 날씨가 맑았고 조금은 포근해졌으니 오랜만에 공원에 가볼까 싶어 결국 4시쯤 자리를 박차고 세수하고 썬크림바르고 밖으로 나왔다.
근 4개월만에 다시 와본 Golders Hill Park. 아! 역시 공원은 언제나 옳다.
오고나니까 가슴이 뻥 뚫리고 시원해졌고 하루종일 꽁기꽁기하게 뭔가 못마땅하고 고집스럽게 날 만들던 찝찝하고 더러웠던 기분이 다소 씻겨져 내려갔다.
난 원래 생일 축하받는 것이 불편했다.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그랬다. 생일이 생일이어서 특별히 행복하거나 좋았던 적이 없었다. 생일날 발생한 어느 비극적인 일에 대해서도. 어쩐지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서. 그걸 잊기위해 특별히 더 노력해야하는 것이 싫고 서럽고. 생일이라는 이유로 더 서러워져서 싫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다고 '생일 축하 인사는 하지 말아줘'라고 일일이 말할 수도 없고 말을 하게되면 또 '아니 왜 생일 축하 인사가 듣기 싫은거야?' 라는 말에 대답을 해줘야하는 것도 싫고..사실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도 1년 지나면 잊고 또 인사하게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별 의미도 없는 것 같다. 그냥 생일 축하 인사 최대한 간단하게 받고 고맙다고 하고 끝내는 것이 제일 효율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SNS 등에서 보내는 '오늘은 아무개님의 생일입니다.' 와 같은 안내 메일 증오한다.
사실 내 생일 기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가족들 포함 10손가락 안에 꼽고도 몇 손가락 남는다. 난 이것도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부담스럽다. 생일이 싫으니까. 근데 왜 내 생일을 내 허락도 안 받고 여기저기 상기시키려드는지. 생일을 축하하지 않는 사람에게 굉장히 폭력적인 처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SNS 안내 메일 받지 않아도 늘 내 생일 기억해주고 축하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생일을 잘 챙기지 않으니 나도 다른 사람..아무리 친하다고 해도..생일에 꽤나 무심한 편이라서..미안한 마음도 있다.
뭐 아무튼.
그래서 위로차 그냥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나에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간 거다. 공원은.
20일 금요일
생일은 싫지만 어쨌든 양쪽 부모님한테 용돈도 받았고..구정 연휴도 나름 있었고..얼마 전 아마존에서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한 셜록 홈즈전도 보러 가야해서. 겸사겸사 chan이랑 함께 센트럴로 외출을 했다.
화려하고 특이한 오피스 건물숲 속에 위치한 Museum of London
처음 가보는 동네라서 지하철 역에서 박물관까지 걸으며 계속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셜록 홈즈전은 그냥 딱 기대한 정도였다.
그동안 나온 드라마와 영화 포스터들이 있었고(정말 많더라는) 아서 코난 도일이 처음으로 친필로 작성한 셜록 홈즈 노트도 있었다. 아서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 캐릭터를 만드는 데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그의 의대생 시절 교수(지도교수?) 초상화도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작가가 그린 여러 버전의 셜록 홈즈 초상화도 있었고.
셜록 홈즈 원작이 쓰여졌을 당시 런던을 묘사한 그림도 많이 있었다. 홈즈 전이라기보단 런던전인가 싶을 정도로.
재밌었던 포인트-
마네가 런던의 안개를 그려놓은 그림을 걸어놓고
'이 그림은 인상주의 화가 클라우드 모네가 그린 채링크로스 다리의 37개 그림 중 하나다. 그는 산업 안개야 옅게 드리워진 모습에 매혹되어 있었다. 셜록 홈즈에서 안개는 미스테리와 서스펜스의 은유로 묘사되고 문제가 해결되면 사라진다.' 라는 설명....
그래서...마네의 안개 그림하고 셜록홈즈하고..무슨 관계가....?
뭔가 전시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유명 작가의 그림을 한 두개 걸고 싶었는데 도무지 연결되는 그림을 찾을 수 없어 어거지로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기대에 충족했던 포인트 1.
같은 에피소드(비록 소제목은 조금씩 다르지만)의 같은 내용의 장면을 다루는 각기 다른 시대의 셜록 홈즈 드라마와 영화들-
재미있었다. 하지만 난 역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쵝오 ㅠㅠ
기대에 충족했던 포인트 2.
한 에피소드에서 셜록과 와튼이 런던 시내에서 돌아다닌 곳을 지도에 표시하고, 그것도 걸어간 곳, 택시로 다닌 곳, 기차로 다닌 곳은 각자 다른 색으로. 아래 영상에서는 실제 그 거리를 다니며 찍은 영상.
이건 정말 보통의 덕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인데..홈즈'전' 같은 걸 한다면야 있어야 이정도 덕력을 보여주는 것이 마땅한 것 같아 굉장히 흡족한 그런 전시였다.
중간에 사진찍으라고 벽에 모자랑 담배(저 담배를 뭐라고 부르더라) 돋보기 붙여놓은 센스
다 보고 나와서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파트인 뮤지엄샵 구경하기-
비싸서 안 샀는데..언젠간 하나 사고 싶다. 홈즈 모자.
전시 다 보고 차이나 타운으로 밥먹으러 이동-
이 동네엔 극장이랑 영화관이 엄청나게 많다. 날이 풀려서인지 거리에서 악기 연주하고 노래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이 보이고..재미있는 동네다.
저 MR WU 간판 볼때마다 'Tinker, Tailer, Soldier and Spy' 영화에 나온 전화 도청하는 여자들이 불렀던 노래 'Oh, Mr Woo~what should I do~' 가 생각나서 흥얼거리게 된다. 딱 두 소절밖에 모르지만.
두 번째로 방문하는 Wong Kei
북경 오리랑 스윗엔 싸워 소스(탕수육 소스랑 가장 비슷)에 돼지고기랑 밥 주는 요리랑, 면이랑 딤섬 들어간 국물 요리.
배터지게 먹고 남아서 돼지고기랑 밥은 싸왔다.
이렇게 먹고 20파운드가 채 안 나온걸 보고 둘이서 '우와 싸다!'한 걸 보니..런던 물가에 많이 익숙해진 듯..
Wong Kei 근처에 있는 M&M 샵에 구경하러 왔는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놀랐다. 지난 번에 왔을 땐 이렇게까지 많지 않았는데. 영문을 모르겠다.
우리가..라기 보단 chan이 눈독 들이고 있는 초콜렛 디스펜서들-
두번째 오토바이 버전을 제일 맘에 들어하고 있음.
난 별로 생각이 없는데 자꾸만 니 생일이니까 사고 싶으면 사도 된다고 쓸데없는 자비를 베풀었지만 난 넘어가지 않았다.
후아-
오랜만에 쓰니까 또 엄청 잡다구리한 게 많아져서 길어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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