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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chan의 Term2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날이다. 그러니까 벌써 2학기가 끝났다. 벌써 석사 과정의 반이 끝났고 우리가 런던에 온지 반년이 되었단 뜻이다. 참 시간 빠르다. 나름대로의 힘든 점들은 있지만 어쨌든 둘 다 각자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으니까 선방하고 있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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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있는 집 계약 기간은 올해 10월 5일까지다. 지난 주에 앞으로 6개월치에 대한 렌트를 모두 지불했다. 그런데 아직도 졸업 후 진로가 전혀 불투명한 상황에서 10월 5일까지 살다가 만약 1~2개월 더 영국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어디로 가야하나? 아무리 간소하다 하더라도 한 살림이고 로엔까지 껴있어서 쉽게 거처를 옮기기 어려울텐데. 우리 비자 만기일인 내년 1월까지 계약을 연장해야할까? 하는 얘기가 chan과 오고갔다. 근데 만약 그렇게 되면 졸업 후 만약 바로 한국이든 어디든 가게되더라도 3개월치 렌트비와 각종 공과금은 다 우리가 쌩으로 지불해야한다는 단점이...
휴 모르겠다.
원래는 이번주 내로 집주인에게 계약 연장 얘기를 꺼내볼까 했는데..확신이 서질 않아서 자꾸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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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초 뉴욕에 가는 chan-
그렇다. chan은 나를 두고 지 혼자서 뉴욕엘 간다. 약 10일 정도. 물론 혼자서는 아니고..학교에서 클러스터가 단체로 가는 필드트립이다. 비행기 값의 반은 학교에서 대주고 나머지는 다 자기 돈으로 가는 뉴욕 필드트립..이거 참 너무하지 않나 싶다. 모든 학생들이 뉴욕 한 번 정도 다녀올만한 돈은 항상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chan이 조교에게 은근슬쩍 이건 꼭 가야하는 것인지 물으니..
"의무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안 갔던 학생은 없었어."
라며..
의무인듯 의무아닌 의무같은 내 돈 내고 가는 뉴욕 필드트립
chan과 내가 가장 분개했던 건..클러스터 내에 학생들 대부분이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인데..왜 굳이 필드트립을 또 다른 해외로 가야하냐는 것이었다. 그냥 런던 구경 시켜주고 런던이나 잘 설명해주지. 멀리서 온 애들을 데리고 왜 또 더 멀리 꼭 가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다.
클러스터 내에서도 좀..언짢아하는 부류와 '우와 뉴욕!! 짱짱!!' 하는 부류가 나뉘는데 그건 바로 내 돈 내고 가는 부류와 엄마아빠가 돈 내주는 부류로 나뉜다. 근데 내 돈 내고 가는 부류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작아서 여론 형성이 힘들다는 것..
그래도..두 가지 장점과 한 가지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
chan과 같은 팀 멤버인 Itti라는 태국아이의 형이 뉴욕에서 지내고 있는데 필드트립을 가면 그 곳에서 지내도 된다는 확인을 받은 것. 여행 시 제일 큰 돈이 깨지는 숙소비가 해결된 것이다.
장점1
교수가 알고 있는 뉴욕에 있는 설계 사무소 몇 군데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미국으로 취업을 희망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이건 어쨌든 큰 장점임에 틀림없다. 회사 사람들 인사도 안 시키고 단체 견학같이 수박 겉핥기식이면 진짜 짜증나겠지만. 가서 좀 친근하고 가깝게 일하는 모습도 보고 필드에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도 남길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장점2
10일 중 마지막 이틀은 보스톤으로 옮겨 MIT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사실 이 얘기는 조심스러워 쓰지 않았지만 MIT 박사 과정도 졸업 후 옵션들 중 하나다. 물론 최우선 순위는 취업이지만. 만약에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등에서 취업이다 안 되고 한국 설계사무소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과 MIT에서 장학금을 준다는 전제 하에..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이 붙긴 하지만. 암튼 우리 마음속에서는 일단 그렇다. 콕 집어서 MIT로 일단 결정한 이유는 MIT가 우리가 알고있는 유일한 건축학과 산하에 컴퓨터 사이언스가 있는 학교다. 사실 지금 코딩을 너무 재밌게 잘 배우고 있는 chan은 1년의 석사과정이 너무 짧게 느껴지기도 하고..3D 컴퓨터가 점점 보편화되어가는 추세를 보면 앞으로 건축과 콜라보되는 코딩은 핫한 분야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이것과는 별개로 미국 뉴욕쪽에서는 초등학생들도 학교에서 코딩을 가르치는 교육과정이 생기고 있다고 하고 최근 국민대에서도 문과 학생들도 필수 교양으로 코딩을 가르칠 예정이라는 발표를 보았는데. 이런 걸 보면 어쨌든 코딩을 깊이있게 배우면 어디가서든 굶어죽진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끼어드는 망상 - 앞으로는 컴맹은 곧 문맹과 비슷한 수준으로 취급받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모두 코딩을 해야한다는 게 아니고 지금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이메일 주고받는 것도 겨우 하고 인터넷 쇼핑 힘들어하고 사이트 회원 가입해야 한다는 말에 두려움을 느끼는 그런 것.
뭐 암튼. 그런데 이번 필드트립에서 MIT를 방문하는 이유가 바로 우리가 눈여겨 보던 건축학과 산하의 컴퓨터 사이언스 연구실을 가서 보기 위함이란다. 이틀동안 과연 뭘 얼마나 볼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우리가 옵션으로 생각하는 미래 중 하나인 걸 가까이 가서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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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근데 장점이고 나발이고 나는 괜히 싱숭생숭하다. 10일 동안 혼자서 지내야 한다는 것도 싫고 chan이 혼자서 뉴욕에 MOMA 가고 Met 가고 센트럴 파크 잔디밭에 드러누워 있을 때 난 여기서 일이나 하고 있을 생각하면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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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계속 기분 꿀꿀하고 약간 짜증나있고 뭐 그런 상태다.
지난 일요일에 레스토랑에서 오늘만 낮에도 나와달라고 해서..거절할까 하다가 그냥 나갔는데. 그 이후로 또 하필이면 5일을 쉬는 날 없이 내리 일을 하게 되어서 체력이 계속 바닥을 쳤던 것. 무릎도 아프고 오른손 팔목도 아프고 하면서 만사가 다 귀찮고 짜증났다. 빨리 체력을 회복해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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