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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160501, 용평에서의 마지막 주


*sunny days


날씨 좋은 오후에 나간 산책-


겨울이면 사람들로 붐비게 될 

아직은 지나치게 한가한 슬로프 아래를 평화롭게 걷고 있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손님이 없어서 주말에만 문을 열었던 투썸에 와서 책 보기


이미 쉰다고 콘도에 와있는데도 카페에 오면 다른 잡다한 일들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몇 시간을 책만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편하게 지내는데도 벗어나면 홀가분한 잡다한 일이라는 건 존재하는 구나. 이런 걸 보면 아무리 좋은 커피 머신을 갖다놔도 가끔씩 카페에 나오는 일이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 





바람이 몹시도 불던 날-

대관령 하늘 목장을 가는 좋지 않은 선택을 했다.


내 키만한 바퀴가 달린 트랙터를 타고




 2~30분 정도 천천히 산길을 오르니 하늘 공원에 도착했다.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워보이지만..





바람이..

아랫동네의 3~4배는 되는 강도로 불고 있었다.



안녕, 그럼 이만 난 날라가볼게





하이킹으로 내려가는 코스가 있데서 오랜만에 하이킹을 해보고 싶었는데..

다시 내려가는 트랙터는 1시간 뒤어도 있데서 하늘 공원을 하늘하늘 산책도 하고 앉아서 쉬기도 하고..그러고 싶었는데..

모든 바람은 순식간에 바람에 날아가버리고

사진만 찍은 뒤 15분만에 다시 내려가는 트랙터에 올라탔다. 

우리랑 같이 올라온 사람들 모두 다 타있었다. 



아래로 내려와서는 양떼를 보러 갔다. 



새초롬한 어린 양이 우리를 맞아줬다.



어서와, 양 우리는 처음이지?



먹을 건 가져온 거겠지?




물론 가져왔다구. 많이 먹어. 너만 먹지 말고. 돼지야. 나 쫓아오지마. 다른 애들도 먹어야할 것 아냐. 이것봐라. 와 님 완전 이기적이신듯? 



밖에도 몇 마리가 보이길래 골고루 먹을 걸 주려고 나가보았다. 

먹을 것을 손에 든 chan을 보자 자석에 이끌리듯 chan에게로 다가가는 양들.




햄보케..



이렇게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빠르게 하늘 목장 방문을 마쳤다. 

바람만 덜 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흔한 용평의 아침-





흔한 용평의 오후






chan이랑 거실 쪽 테라스에 나가서 놀고 있던 로엔이 침실쪽 창문에서 나타난 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뭐냥! 왜 거기서 나오냥!"



"나도 그쪽으로 가겠냥. 기다리냥."



"있어봐냥. 내가 가볼라니까냥."



"흠냥..내가 뛰긴 좀 머냥?"



"그럼..그냥 다음에 보냥.."


로엔은 포기가 빠르다.





하이킹


가볍게 해볼 만해 보이는 하이킹 코스가 있길래 날씨 좋아보이던(하지만 알고보니 미세먼지가 꽤 있었던) 날에 하이킹을 하러 왔다.



목표는 중간 정도에 위치한 봉우리




산에서 만난 이씨 (35세, 무직)

"저는 매일 아침 책가방을 메고 산에 와요. 산이 좋거든요."



정말 오랜만의 산길.

산내음은 좋았는데 날파리와 벌 때문에 좀 힘들었다. 

산길을 걸으면서 "알프스는 말이야!" "알프스에 가면!" "알프스는!" "알프스가!" 라며 딱 한 번 가봤던 알프스 하이킹 코스를 chan에게 끊임없이 자랑했다. "너는 몰라~" "알프스는 직접 가봐야~"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어~."  "너는 아마 모르겠지만~" 

(그 당시 재수없었던 내 말투를 기억하며 쓰고 있는 중인데.. 알프스에 가고싶어졌다.)




약수터까지 올라간 곳에서 만난 다람쥐. 

다람쥐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데도 도망가지 않는 모습은 처음 봤다. 청솔모가 아닌 다람쥐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도 처음. 정말 옛날 동화책에서 본 그 모습이다. 귀여워. 

로엔을 데려왔다면 저 다람쥐를 잡을 수 있었을까?



생각보다 가파르고 힘들었던 산행에

목표로 했던 중간 봉우리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중간에 약수터까지만 찍고 다시 내려가기로. 



카메라를 들이대자 포즈를 취해주는 산에서 만난 이씨.




내려갈 때는 눈이 사라진 스키장 슬로프 길을 이용했다. 벌과 날파리를 피하려고 왔는데 이 길도 잘 정돈된 길은 아니라서 좀 불편하긴 했다. 

우리가 다시 하이킹을 하는 날은..아마도 또 몇 년은 지나야할 듯.






문 열린 창가에서 로엔을 부르자 달려나와서 "냐옹!" 하는 로엔. 



창가에서 chan을 바라보고 "냐옹!" 하고있는 로엔의 뒷모습. 

로엔은 우리가 보이는데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으면 "냐옹! 냐아아옹!" 하면서 화내듯이 운다. 꼭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어야 하는듯..

확실히 분리불안이 있는 냥이다. 




나랑 chan이 둘 다 집에

자기 손이 닿는 곳에 있을 때

제일 마음 편하게 누워서 아무생각없이 오후를 즐기는 로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 chan



하지만 곧..







*

먹은 것들 



동치미 막국수 


시키면 비빔 막국수/물막국수 중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다. 동치미 국물이랑 양념장이랑 열무김치가 기본으로 나오기 때문에 양념장이랑 동치미 국물을 얼마나 넣는지, 열무김치를 넣을지 안 넣을지를 알아서 정해서 먹으면 된다. 나는 물로 chan은 비빔으로 해서 먹어봤는데 우리는 둘 다 비빔이 더 맛있었다. 저 위에 올라간 들깨가루가 진짜 고소했다. 




같이 시킨 감자전. 이건 그냥 쏘쏘.



집에서 구워먹은 삼겹살. 

삼겹살은 언제나 옳고 바르다. 



요즘 삼겹살 먹을 때 제일 많이 먹는 서브 메뉴는 파절이. 

백종원 아저씨가 알려준 파절이 양념이 우리 입맛엔 딱 맞는듯.



어느 날 갑자기 꽂혀서 시켜먹은 만석 닭강정 

이건 항상 양이 너무 많아서 한 번 먹으면 질릴 때까지 먹어야 하고 막상 먹으면 '우와 짱' 하는 순간은 너무 짧은데

1~2년에 한 번은 생각나는 맛인듯.




감자 옹심이 칼국수

원래 감자 옹심이로 유명한 맛집은 이 날 문을 닫아서 어쩔 수 없이 얼마 전 동치미 막국수 먹으러 갔던 집에 가서 감자 옹심이를 시켜봤다. 뭐 그냥 나쁘지 않았지만..난 닭칼국수가 더 좋더라. 




같이 시킨 메밀 전병

이것도 뭐 그냥 쏘쏘.



한 번 더 방문한 오삼불고기

역시나 맛있어. 

진짜 맛있어.

chan이 여기가 자기 할머니가 하는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 






역시나 다시 한 번 방문한 진태원

주말 점심에 갔더니 이 날은 사람들이 조금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




여전한 영롱한 빛을 띄고 나타난 탕수육.

여전히 맛있어. 

최고야.



곱디 고운 붉은 빛의 짬뽕...곱배기...

너도 맛있었어. 





대하 넣고 끓인 짬뽕 라면

이것 맛이 없을 수가 없잖아.



이것저것 잡다하게 먹은 저녁




집밥 백선생 보고 바로 다음날 만들어 먹은 삼겹살 꽈리고추 볶음.

원래는 냄새나기 쉬운 냉동 삼겹살을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나온 거였는데..횡계의 하나로 마트는 어쩐 일인지 냉동이나 냉장이나 고기값이 똑같아서 그냥 냉장 삼겹살 사서 만든 삼겹살 꽈리고추 볶음. 맛은 있었어. 

나중에 chan 몰래 앞다리살 같은 걸로 만들어도 맛있을 것 같아.  




이사하면서 또 IKEA에 갔다가 먹은 연어 필레-

생각보다 맛있었다.



chan의 친구 WK오빠님과 함께 갔던 상수역의 Gusto Taco의 돼지고기 타코. 

아, 이거 진짜 맛있었어. 

이거 먹고 오랜만에 찾은 홍대의 젊은이들의 열기에 들떠서 상수에서 신촌까지 걸었다..






결론은, 


안녕, 용평.

그동안 갈 곳 없는 우리의 집이 돼주어서 너무 고마웠어.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또 만나.

bye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