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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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즌이다. 1년 중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나는 비를 싫어하는데 비가 매일 내리는 시즌. 나는 벌레를 정말정말 싫어하는데 벌레들이 제일 좋아하는 습하고 후덥지근한 날들이 계속되는 시즌. 우울하고 습하고 어둡고 찝찝한. 존재하는 모든 것에-심지어 철근까지도- 물기가 있고 하루종일 먹구름이 해를 가려 어둑하고 음침한. 건조한 여름과 습한 여름이 가져다주는 삶의 질의 차이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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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시즌이 다가온 것과는 별개로 요즘 뒤늦게 음악대장 방송을 보고 팬이 되어버렸다. 1~2달 전 최택 사범한테 좀 빠져있던 마음이 시들시들해지던 찰나였다. 이번 음악대장님은 최택보다 훨씬 깊숙히 들어온 것 같아 팬질이 꽤 오래갈 듯 하다. 팬질이라고 해봤자 나무위키 들어가서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쥐잡듯이 다 읽어보고 유튜브로 검색해서 나왔던 방송 짤방으로 뒤져보고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프로그램 자체를 다운받아서 제대로 다시 보고 심심할 때는 디씨에 국카스텐 갤러리 가서 별 쓰잘때기없는 쓰레기같은 글들까지도 들여다보고 하는..그런 게 다지만..(근데 정말 옛날.. 중학생 때 이승환 나온다고 하면 공테이프 넣고 라디오 프로 녹음하던 시절이랑 약간 비슷한 수준으로 훅 빠진 것 같으다..정말 오랜만..이런 팬질은 10대 정서에서나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했어서 다시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그걸 다시 느끼고 있는 중.)
여튼 음악 대장이 나왔던 복면가왕 편을 다 보고 라젠카과 매일매일 기다려를 일일 5회 이상 듣고 있음;; 귀여워. 멋있어. 멋있는데 귀엽고 귀여운데 멋있어. 아 너무 좋아..
전국 투어 공연이 매진되었다는 소식에 왜 내가 기쁜 것인지..; 아직 팬카페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모르는 일이다. 오늘 밤이면 가입이 되어있을지도. 집을 비우고 며칠씩 전국 투어 공연을 쫓아다니는 날이 올지도. chan은 그것은 바람 피는 것과 같은 일이라며 질색팔색을 했다. 질투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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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tlett을 졸업한지 어언 8개월이 지나고 있는 6월의 끝자락에 드디어 그 귀한 졸업장이 해외 등기로 도착했다. 하아...정말 졸업장 받기 힘드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대학교 졸업장이든 성적 증명서 등은 언제나 필요할 때 500원 1000원만 내면 재발급이 용이하기 때문에 영국 대학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올해 3월쯤 아무래도 졸업장을 보내는 주소가 잘못된 것 같아 재발급을 받으려고 홈페이지에 가서 읽어보니 '졸업장'은 한 번 발급이 되면 특별한 이유가 없이 재발급이 되지 않으니 꼭 소중하게 간직하라고 써있었다.;;
우리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 재발급을 해주긴 했는데..이제는 진짜 다시 발급받기는 힘들듯. 왜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사람들이 졸업장을 액자에 고이 껴서 모셔두는지 알 것도 같다.
봉투에 '이 봉투 구부리지마!' 라고 써있는 저 배려. 그냥 얇고 흔한 A4 용지 크기의 졸업장과 그에 딸려온 부수적인 서류 몇 장에 앞 뒤로 두꺼운 도화지(?)같은 것을 대서 실제로도 잘 구부러지지 않도록 해서 보내줬더라. 영국스럽지 않은 섬세함에 조금 놀랐다.
우리도 액자를 하나 맞춰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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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신나는 날!
코스트코 피자를 사오는 날은 신나는 날이지.
코스트코 피자를 두 판이나 사오는 날은 더 신나는 날이지.
비록 저 한 판은 우리 것이 아니었지만..
저 큰 피자 두 판을 들고 나오면서 사람들한테 받는 시선이 굉장히 좋다고 하더라..나 말고 chan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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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지는 여름 저녁의 영등포 구청역 앞.
그냥 지나치지가 아까워서 찍어봄..
평일에 노르웨이 대사관에 갈 일이 있어서 나왔다가 chan 회사 근처가 코앞이라 점심 시간에 맞춰서 만났다. 날씨는 흐렸지만 그래도 예뻤던 북촌. 모처럼 평일 점심에 만나서 밥도 먹고 짧은 시간이지만 산책도 하니까 새롭고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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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도 생겼다. 쥬씨!!
요즘 여기 저기 막 생기고 있다는 가성비 짱인 과일 쥬스집. chan이 회사 앞에 생겼다고 종종 점심 시간에 나와서 오늘은 토마토 쥬스를 먹었는데 맛있었다고 자랑을 했었는데.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생겨서 나도 산책 나왔다가 망고 쥬스 한 잔 사먹어봤다. 진짜 가성비 최고인듯. 생긴 날부터 지금까지 지나갈 때마다 보면 거의 항상 사람들이 줄을 서있음.
chan이 우리 동네에 쥬씨같은 거 내보면 장사 잘 되지 않겠냐고 해서
"니가 얼마전에 그랬잖아. 게임 플레이어가 되면 안 되고 게임 메이커가 돼야 한다고. 지금 우리 동네에 쥬씨를 차린다는 거는 영락없는 게임 플레이어가 되는 거야. 그리고 그게 한 잔에 얼만데? 1500원? 그거 100잔 팔아봤아 한 달에 매출이 얼마니? 거기서 가게 월세 내고 본사에 얼마 띠어주고 그 외 잡다한 관리비들 다 빼면 얼마 남니?"
하면서 쏘아붙였었는데 그 말을 하고 일주일도 안 돼서 동네에 쥬씨가 생겨서 괜히 좀 뻘쭘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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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데이트
주말 이틀 내내 여의도에 나가서 데이트를 했다. 우리집에서 여의도가 접근성이 생각보다 좋다는 걸 최근에 알았기 때문.
여의도에도 테라로사가 있다고 해서 가봤다.
아침에 이미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왔는데 와서 또 커피 한 잔씩 마시면서 티라미수까지 먹고 나니까 심장이 두근두근.
티라미수가 맛있어 보여서 시켰고 맛있었는데..어쩐지 조금 비스테카 티라미수가 생각나더라.
커피도 티라미수도 적당히 맛있었지만 제일 좋았던 건 채광.
나중에 우리가 살 집을 짓는다면 이렇게 채광이 훌륭한 집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자전거 타러 다시 여의도에 갔다.
서울시에서 빌려주는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 공원 한바퀴를 휙 돌고 IFC 몰에 밥먹으러 갔음. 오랜만에 자전거 타니까 가슴도 뻥 뚫리는 것 같고 신나고 재밌고 좋더라. 근데 이제 곧 장마고..장마 끝나면 한동안은 대낮에 자전거를 탈 수 있을만큼 관대한 햇살이 아닐테니.. 또 언제 다시 와서 탈 수 있을지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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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엘리베이터 공고문에 미리 예고했듯이 정전이 됐던 어느 날. 노트북 들고 동네 카페로 일하러- 가는 길에 화단에서 햇빛 받으며 낮잠자는 애기 냥이들을 봤다. 어머어머 너네 엄마는 어디있니? 하면서 쭈구리고 앉아서 낮잠가는 애기 냥이들이 꼬물거리는 거 조금 보다가 다시 내 갈길 떠났다.
에어컨이 좀 세길래 따듯한 라떼를 시켜서 한 3시간 쾌적하게 일할 수 있었던 시간.
그런데 여기 동네 아줌마들 아지트더라. 처음 들어왔을 땐 거의 텅텅 비어있던 카페가 시간이 지날수록 애기들 데리고 삼삼오오 모여서 들어오는 아줌마들로 가득찼다. 자주는 안 와도 동네에 유일하게 이쁘장하게 생긴 카페라 안 망하고 오랫동안 있으면 좋겠다고..마음속으로 응원(?)했었는데 내가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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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자랑
날카로운 저격수
사랑스러운 중년
원순찡이 트위터 팔로우를 신청해주었던 날-
팔로워들 중 랜덤으로 운 좋게 걸린 거였겠지만 기분은 좋았음.
나 집에서 일하고 있는데 올라와서 약올리듯이
'나는 한가하지롱.'
'난 할 일 없어서 이렇게 뒹굴거리면서 놀지롱'
'다른 데도 많지만 너 보라고 여기서 이렇게 뒹굴거리고 있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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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
지난 2월에 짤렸던 Farfetch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앗싸! 라고 좋아했는데. 바로 그 다음 주에 빌어먹을 브렉시트!! 휴 이게 내 생활에 이렇게 직격으로 영향을 끼칠 줄이야...이 멍청한 영국 놈들이 투표를 잘못해서 파운드화가 뚝뚝 떨어지는 바람에 내 월급도 뚝뚝 떨어지게 생겼음. 그지같네 진짜..
아무튼 얼마 전에 받았던 한국어 검수 일도 끝나질 않아서(원래는 5월 초에 끝났어야 할 일인데..하아....그래도 엊그제 입금이 됐으니까 끝날때까지 열심히 해줘야지.;) 앞으로 1~2주 정도는 좀 바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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