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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0210101, 코로나와 함께 맞이하는 2021년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정말로 밝긴 밝았네. 새해가 오긴 왔네.

 

아침 해돋이 시간에 맞춰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동쪽 방향의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지만

춥기만 춥고 수없이 많은 건물이 시야에 걸려 해가 뜨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었다.

결국 5분만에 창문 닫고 들어옴.

 

 

*

연말 보내기

 

**

영국에서 온 지인과 만남

 

원래 집순인데 코로나로 더 집에 콕 박혀 생활하던 중

친한 동생이 영국에서 1년만에 한국엘 와서

좀 찝찝하지만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은근히 오래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인연이라...힘들게 자가격리까지 하며 남편이랑 같이 한국엘 왔기 때문에 큰 맘 먹고 만났다. 

 

아웃백에서 밥 먹고 2차로 남편분까지 합류해서 맥도날드 가서 커피나 마실까 했는데 식사 종류를 시켜야지만 매장에 앉아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햄버거 세트 하나 시키고 커피랑 쉐이크 시켜서 잠시 얘기하며 숨 돌리고 헤어짐.

 

다행히 요즘은 증상 없는 사람도 아무나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다음 날 동네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 휴-

 

 

**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와...크리스마스 당일 모두 일을 했다.

오전에만 몇 시간 한 거긴 하지만 암튼 그랬다. 밖에도 못 나가고 오전엔 일 하고...그러니까 정말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질 않음. 

그나마 chan이 사온 케이크에 불 붙이고 퍼 먹은 게 가장 크리스마스 기분이 났던 순간.

 

사실 신라호텔에 케이크를 예약했었는데 

작년과 재작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사람이 엄청 붐비게 될 것 같아

하루 1000명씩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는 걸 보고 취소하고

chan의 회사 근처 빵집에서 사온 케이크였다.

 

근데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왜 다 큰 거지...

둘이 며칠간 아무리 열심히 먹어도 다 먹을 수가 없어...1/3 정도는 버려야 했다.

 

 

*

2020년 정산

 

읽은 책: 15권 (베스트 2: 안나 카레니나, 너의 목소리가 들려)

본 영화: 27편 (베스트 3: 두 교황, 컨택트, 조디악)

 

하다 만 것들

유튜브: 연초에 유튜브를 올려보려고 이것저것 하다가 포기. 너무 조악한 수준으로밖에 못 만들겠고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그냥 하다 말았다. 아마 앞으로도 할 생각은 다시 안 할듯...

TUL: L사에서 약 5-6개월 일하다 말았다. 번역 업계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건 다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는 큰 교훈을 얻으면서. 

 

하다 말다 한 것들

요가: 3-4월까지 하다가 햄스트링도 아프고 코로나도 터지고 해서 스튜디오에 나가는 건 그만 두고 집에서 조금씩 했는데

아무래도 집에서 하다보니 하다 말다...요즘은 1-2주에 한 번 하면 다행인 정도. 

샐러드 먹기: 한동안 열심히 먹다가...어느 순간 신경 안 쓰면 제대로 안 먹고...요즘 좋은 올리브 오일을 사면서 다시 열심히 먹기 시작

 

꾸준히 한 것들

산책: 날씨 좋은 날엔 그래도 나가서 산책한 날이 많았다. 한 번 나가면 5-7천보 정도 걷는 거 같은데 올해부턴 만보를 채우는 날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일: M사 일은 매년 똑같이...불규칙적으로 꾸준히 있었고 10월부턴 L사에서 새로운 번역 일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연말 기간 동안 며칠은 투잡으로 일을 해야해서 굉장히 빡쌨음...

글쓰기: 일이 몰릴 땐 전혀 못 쓰다가 일이 뚝 끊기는 기간에는 좀 열심히 쓰고...하면서 지지부진하지만 꾸준히 쓰긴 썼다.

 

새로운 일들

주식: 연초에 주식을 시작했는데 시기적인 특수성 때문에 아직까진 이득을 많이 보긴 했다.

캠핑: 처음으로 해봤고 아마도 이게 마지막일듯

식물 기르기: 잎이 나기 시작한 아보카도가 요즘 다시 시들하고, 코슷코에서 사온 바질 나무도 상태가 좀 이상해지긴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식물 두 세종은 기르지 않을까 싶다. 

뜨개질: 새로 시작해서 엄청 빠져든 취미 생활. 지금까지 니트 하나, 목도리 세 개(쁘띠 목도리 두 개 포함), 벙어리 장갑, 양말, 모자 세 개를 떴다. 쓰고보니 많이 했구나...아직까지 엄청 재밌고 실 욕심도 많이 나긴 하는데 조금 적당히 해야할듯. 

뉴요커 구독: 6개월치를 구독해서 봤다. 사실 못 본 게 훨씬 많지만 가끔이라도 보니 너무 좋았고 가끔 실리는 단편도 좋아서 다시 한 번 6개월치를 구독하기로 했다.

 

**새로운 주방 도구

 헨켈 칼 세트: 이건 뭐 그냥저냥. 너무 만족스럽거나 뭐 그런 건 없고 그냥 잘 드는 칼이구나...

 제빵기: 덕분에 통밀빵, 호밀빵, 우유식빵 종류를 집에서 꽤 자주 구워 먹었다.

 무쇠팬: 하나 들이고 만족스러워서 순식간에 무쇠팬을 3개나 갖추게 되었다. 당분간은 이 정도면 될 듯...올해 하날 더 산다면 웍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그 외

편평태선: 작년에 청천벽력같이 찾아온 편평태선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올해도 뭐 힘들었지만 다행히 상태가 조금은 호전이 되어서 이제 진라면 순한맛 정도는 참고 먹을만 하다. 이것만 해도 정말 숨통이 확 트이는 느낌...

 

그리고 코로나로 힘든 것 외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정말 정말 큰일이 있었다. 예상 밖의 일이었고 너무 힘들었던 일. 긴 터널로 빨려 들어가듯이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힘든 시간 속으로 들어갔고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것밖에 없었다. 다행히 지금은 터널 밖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경중에 비해 짧게 지나간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되었든 빠져나올 길이 보였기 때문에 다행이기도 했던. 덕분에 올해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불행 중 다행'.

 

 

2021년이라고 뭐가 특별할까 싶긴 하다. 

 

언제나처럼 큰 변화는 없겠지.

지금처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

일도 하고 밥도 하고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고...시간을 쪼개어 쓰려고 노력하면서도 가끔 너무 지치는 거 같으면 죄책감 없이 다 내려놓기도 하면서. 

 

그래도 조금 더 좋은 일이 많지 않을까 싶은 희망적인 마음이 드는 건 2020년을 너무 힘들게 보냈기 때문일텐데...이건 사실 유아적인 권선징악이나 고진감래와 같은 세계관과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사실 냉정하게 보면 그건 아무 상관없다. 2020년에 아무리 힘들었어도 2021년에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2020년 연초에도 우린 희망에 차있었다. 

 

그냥 무슨 일이 와도 잘 버텼으면 좋겠고 

기왕이면 좋은 일도 좀 많이 생겼으면 좋겠고

나쁜 일에 힘들어하는 만큼 좋은 일엔 기뻐했으면 좋겠다. 기뻐하고 감사하는 것에 인색하게 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