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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아침 7시부터 동네 빨래방에 왔다. 어제부터 갑자기 세탁기가 고장이 나서 부랴부랴 AS를 알아봤는데 다음주 목요일에나 시간이 나신다고 해서 일단 급했던 수건 빨래만 들고 chan 출근할 때 같이 나왔다. 다행히 집 근처에 오피스텔 타운이 있어서 빨래방은 여러 곳이 있다.
![](https://blog.kakaocdn.net/dn/FoD5h/btq8jKXTLn7/ZKl72UuK0ZFEUNQCwNvTJK/img.jpg)
근데 여기 와이파이 된다고 해서 온 건데 안 되고 지x
벽에 써붙여 놓은 번호로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지금 와이파이 점검 중이라 안 된다고...
그럼 언제 쓸 수 있냐고 하니 기계를 바꿔야 하는데 뭐가 어쩌구저쩌구...결국 모른다는 말.
내가 다음주 중에 한번 더 오게될 거 같은데 그 땐 되냐고 하니 오기 전에 전화해서 확인하시라고...
담엔 딴 데로 가봐야지...
근데 요즘 세탁기 한번 돌리는데 3천원이구나. 건조기 기본 40분에 3천원...추가로 5분에 500원.
빨래방은 거의 가보질 않았어서 옛날 시세도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올랐다는 건 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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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달살이 소회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차도 없을 거 굳이 제주여야 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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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없는 제주 생활
차가 없었던 덕분에 동네를 좀 더 구석구석 걸었고 3-40분 넘는 산길을 혼자서 새소리 들으며 걷는 경험도 해봤고...적어도 우리 동네는 다른 어떤 한달살이인들보다 많이 알게된 거 같지만, 이런 장점이야 단점에 비하면 너무 소소한 것들…
제주는 무조건 차가 있어야 한다 ㅋㅋㅋ
일단 도보로 갈 수 있는 곳이 무척 한정적이다. 1시간 이내 거리는 걸어갈만 하니까 지도만 보고 출발했다가 갑자기 차들 쌩쌩 달리는 도로가 나오거나 아마존 같은 숲길이 나오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가다가 도저히 걸을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돌아와야 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대중교통은...인스타에도 몇 번이나 올렸던 거 같은데
버스는 출발 시간 쓰여진 시간표를 필수적으로 참고해야 한다. 안 그러면 2-30분 기다리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어떤 버스는 출발 배차 간격이 2시간...내가 중문에만 몇 번을 갔던 것도 그나마 자주 다니느 버스(530, 531번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면 도착하는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중문 안은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도보로 여기저기 다 다닐 수 있었기 때문.
제주 출신인 HS양이 했던 말을 뼈저리게 통감했다. '언니 제주 사람들은 5분 이상 안 걸어요...다 차 타고 다녀요...' 그래 정말 그래야만 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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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원래 기업 연수원으로 쓰던 곳인데 코로나 때문에 일반인에게 개방한 곳이었다. 그래서 리뷰도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사진상으로 시설이 깔끔해보였고 방에서 바다가 보였고 숙소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책상이 들어가 있어서 선택한 곳이었다. 일단 표방하는 것도 Digital Nomad였어서 뭐 와이파이가 끊기거나 하는 일은 없겠구나 싶었고.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점...다시 제주에 간다면 안 갈 거다 ㅋㅋㅋ
방은 사진처럼 굉장히 깔끔했고 책상도 작긴 했지만 무려 한샘 거였고 일하기에 전혀 문제는 없었다. 침대도 더블 하나랑 간이형 하나랑 소파도 하나 있었고. 하지만...
바다뷰 - 이건 내 잘못이긴 하다. 많이 못 돌아다닐 것이라는 생각에 방에서라도 바다가 꼭 보여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고 그런 방을 구했다. 일할 때 저 멀리 바다가 펼쳐진 풍경을 상상했었다. 근데...동동남향이었던 방이라 아침부터 낮까지 해가 쫘악 들어왔다. 일하다 보면 팔목부터 팔뚝 어깨까지 해가...자외선이 쫙쫙 들어오는...결국 이튿날부턴 커튼 치고 일했다.
건물 구조 - 이 건물이 1층에 수영장과 야외석이 있는 카페가 있고 숙소로 쓰는 층은 1, 2층, 3층은 공용 주방 겸 정원?으로 되어있는데
가끔 카페 손님이나 숙박 손님들이 1층에 수영장을 이용한다. 그러면 그 물장구 치는 소리가 내 방까지 선명하게 들림. 특히나 꼬마애들 두셋이 오면 방에서 작업하는 건 거의 불가능. 그리고 가끔씩 숙박 손님들이 밤에...10시 이후에 카페 야외석 테이블에 앉아서 술 한잔 하며 떠들면 그 소리도 내 방으로 다 올라온다. 시끄럽게 구는 것도 아니고 나름 조용조용 떠드는데도 밤이라 그런지 소리가 다 올라옴. 웅얼웅얼하는 느낌으로 딱 잠들기 힘든 데시벨. 가끔은 12시 1시까지 그러고들 있어서 무척 괴로웠다. 다음날 바로 편의점 가서 귀마개를 샀는데 그 이후론 또 그런 손님이 거의 없어서 귀마개를 유용하게 쓰진 못했다. 그리고 3층에 공용 주방도 사실 불편했다. 인덕션, 토스트기, 전자레인지, 전기 포트 정도가 있었는데 그냥 모든 기구가 내 눈엔 찝찝해보이고...간단하게 뭐라도 해먹으려 해도 낯선 도구를 쓰려니 일이 복잡해지고 뒤처리도 귀찮고...초반에 파스타 한번이랑 스팸이랑 비비고 김치 넣은 김치찌개 한번 해먹은 게 다고 그 뒤론 아침에 식빵 토스트로 굽는 거 아니면 편의점 음식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거 정도만 사용했다. 이게 내가 식빵을 사러 신라호텔까지 갔던 이유...식빵이라도 맛있는 걸 꼭 먹어야 했음 ㅋㅋㅋ
운영 - 1층에 카페가 있데서 혹시 숙박객에겐 무료로? 혹은 하루 한잔은 1000원 정도로 해줄까 싶어 기대를 했는데 5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4000원에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뭐하자는 건가 싶었다. 제주에 온지 둘째날 혹시나 하고 4000원을 내고 커피를 마셔보았는데 세상에 이렇게 맛없는 커피를 5000원에 팔고 있었다니...하며 기함하곤 그 뒤로 카페는 다신 가지 않았다. 근데 내 한달살이가 끝나갈 무렵 1층 카페가 사라짐. 그냥 숙박객들이 아무때나 쓸 수 있는 널찍한 공간으로 바뀜...너무 아쉽다못해 화가 났다. 나도 여기 내려와서 작업하고 싶었는데...책상도 넓고 콘센트도 다 설치되어 있어서 꽤 쾌적한 공간이라 늘 맛없는 커피를 사마시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었는데...
아무튼...그리고 좀 특이했던 건 여기 운영하는 실장님과 사장님 두 분 모두 우리같은 일반 손님, 그것도 한달살이를 한다고 온 이런 손님들을 어떻게 대해야할 지 잘 모르는 느낌. 그래서 자꾸 같이 밥을 먹자고...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여기 와서 어떤 생활을 원하는지 지금 이곳 생활에 만족하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하는 인상이었다. 실장님은 말하기 편한 분이었는데 나 지내는 동안 갑자기 그만두셨고...사장님은 회사 상사 느낌이 물씬 나서 같이 밥 먹기 너무나 불편했다. 그리고 알고보니 학교 선배...
내가 옆방 청년이 학교 후배라는 거 인스타에 말한 적 있는데...사실 그 청년이랑 나랑 사장님이랑 셋이 밥 먹은 날 우리 셋 다 학교 선후배인 거 알고 사장님 혼자 분위기 완전 격양되심. 나는 그냥 신기하다...정도. 너무너무 불편했던 사람이라 굳이 이런 인연같지도 않은 인연으로 엮이는 것도 반갑지 않았고...그 뒤론 불편해서 청소해달란 말도 잘 못했다. 실제로 내가 불편했던 걸 말해도 그 정도는 뭐 좋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않겠냐...뭐 이렇게 말하고 ㅋㅋㅋㅋ
그리고 숙박 업소면 기본적으로 24시간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는데 여긴 9시 정도 넘어가면 들어가고 안 계심. 그 때문에 숙박 손님들이 밤에 12시 1시까지 나와서 떠들어도 관리가 안 되었던 거였다.
제주 한달살이에 대해 더 할말이 많이 있지만...
빨래가 다 되었기 때문에 일단 여기까지...
![](https://blog.kakaocdn.net/dn/bans9B/btq8lXoERnT/nWmQW9ewfOEoWNTcnR9gd0/im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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