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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다음 날-
퇴사하고 하루 자고 일어났더니 8월이 왔다.
사실은 어제 회사에서 슬렁슬렁 블로그에 떠나는 날의 심경을 실시간으로 적으려고 했는데 예상 외로 바빴다. 내가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후임분의 질문이 아침부터 계속 쏟아졌고 사람들이랑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또 아쉬운 사람들과 오후에 다시 따로 나와 수다 한 판 떨고 또 회사 HR 과장님과 퇴사자 인터뷰하고 그 사이사이 조금씩 책상 정리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줄 만한 것은 주고 PC에서 내 흔적을 모조리 지우고..그러다 보니까 블로그는 커녕 그냥 인터넷도 할 시간 없이 금방 6시가 되었다.
점심 시간 끝나고 돌아오니 책상에 스타벅스 쇼핑백이 올려져 있어 '뭐지?' 했는데 메일함을 열어보니 그동안 같은 플젝을 맡아 같이 고객미팅 다니면서 조금 친해졌던 세일즈분이 메일을 보내놨다. 나름 나도 불만 많고 뒤에서 험담도 조금 했긴 하지만..그래도 이렇게 짧지 않은 메시지와 함께 선물까지 준비해주어 고마웠다.
암튼 포장을 열어보니 이 컵이 들어 있었다.
이거 사고싶었는데..너무 비싸기도했고 요즘 스타벅스를 이용하는 거 자체에 약간 죄책감이 들어서 주저하다 안 샀던 컵인데. 이게 들어있네. ㅎㅎ
어쨌든...디자인은 마음에 들었던 거니까...고맙게 쓰는 걸로..
아직까지 회사를 그만 두었다는 실감은 별로 나지 않고 그냥 오늘 회사 안 간다~정도의 느낌이다.
예전에 chan이 회사 그만 두었을 때 이렇게 말하더니.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그래도 1년도 다니지 않은 회사였는데 지난 주 부터 시작해서 점심이랑 오후에 커피 한 잔 하는 약속이 꽤나 많았어서 내가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랑 그래도 제법 친해졋었구나 싶었다. 대부분 보내오는 부러움의 시선(대부분의 회사 사람들은 chan의 회사 발령으로 영국에 가게되는 줄 알고 있다)에 거짓말로 대답해야만 했던 것이 좀 미안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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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기쁜 소식-
내가 진짜 너무너무 싫어했던 MS 고객이 이번 정리해고에 해당되었다고. 아...누군가의 정리해고를 이렇게 기뻐해도 되는 건가 싶은데...근데 얼굴이 막 웃고있...
근데 진짜 이상한 여자였음. 쳇-
다음에 언제 갑/을이 바뀐 상태로 다시 만나자..너한테 배운 갑질 보여줄게. (-_-)
이게 1차적인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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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두 명 모두 정식 수입이 전혀 없다는 사실에 좀 불안하기도 하고-
8월 1일이네? 이제 정말 딱 한 달 남았네? 한 달 뒤 비행기에 앉았을 때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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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해야 할 일들-
사람들 만나고 이사도 해야 하고 짐 정리하고 로엔 피검사 결과 받아야 하고 영국으로 보내줄 업체 예약도 해야 하고 지난 주 시댁 식구들이랑 찍은 가족 사진 찾아야 하고 결핵 검사 결과도 받아야 하고 비자 신청도 해야 하고 시댁에 내려가서 며칠 같이 휴가도 보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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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
7/31은 chan과 나의 기념일이다. 어제는 우리가 사귄지 7년이 되는 날-
나는 사실 결혼 기념일보다 이 날이 더 의미있다고 느낀다.
어제는 퇴근하고 짐도 많고 피곤해서 그냥 집에 와서 쉬었고 오늘 이따 오후에 애프터눈 티 마시러 가기로했다.
점심은 닭백숙 해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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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쓰는 동안 로엔그람 폰 라인하르트님은 편안히 누워 계시었다..
얼굴 좀 보이게 사진 찍을라고 로엔! 하고 한 세 번 정도 부르니까 시큰둥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돌아봐 주심...
아무튼 아직까지는 평화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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